대화

2008/09/03 13:16 /

좌파라고 하면 일단은 거부감이 드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제 정세와, 그에 의한 교육의 영향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좌파는 그런 이들이 아니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정부의 전복/적화통일이 아니라는 거다.

IMF 이후 현재까지의 정부는 정권과는 관계 없이 일단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심지어는 노무현마저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어처구니없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신자유주의를 규정했고, 이명박 정권에 있어서는 더욱 명확하다. 그 신자유주의 국가의 가장 이상향은 확실히도 미국이다.

이분법적으로 간단히 생각한다면, 현재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쪽의 이상향은 미국이고, 그 신자유주의를 저지하려고 했던 쪽, 선거에서 5%의 민심도 획득하지 못했던 쪽의 이상향은 북한/소련/마오쩌둥의 중국이 아닌 서/북유럽(수정자본주의)라는 거다. 그들이 원하는 이상향을 보자.

영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 쓴 영국 소개서를 읽어보니 노골적인 찬양이 많다. 기본적으로 그 나라에서는 열등한 직업도 일정한 생활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미국을 생각해 보라.) 그들에겐 대학진학이 필수가 아니다. 왜 한국에선 거의가 다 대학에 가죠? 라고 묻는다고 한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더 이상 하지 않으면 된다.

대학에 가는 것이 높은 교육열, 좋은 인력 수준을 대변한다는 말은 약간 이상하게 들린다. 실제로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는 유리된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태반이니까. 우리나라에선 지금도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하여 다들 피터지도록 고생을 한다. 그리고 의대, 법대에 몰리고, 행정고시에 몰리고, 암튼 다들 죽어라 고생해서 좋은 삶을 가지려고 노력을 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살기조차 힘드니까. 여기서 구조적 문제를 느끼지 않는가? 그 노력이 이루어내는 것은 국가의 발전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일 뿐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의사, 법관이 된다고 해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편이 훨씬 생산성이 높다.

단 한가지의 예이다. 단지 길거리만 지나간다고 해도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사회 구조가 국민의 생활 양상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사회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반적 국민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민주화에 대한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허나, 노무현의 집권을 끝으로 완전히 민주화는 이루어졌다. 이제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할 때였고, 이명박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내밀어 월등한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진보진영 역시 자신들의 이상을 충분히 공감시키지 못했음을 인정한 바다. 

촛불시위는, 과거 정권시절의 후유증으로 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현 집권 세력과, 이미 이루어진 민주화에 대해 당연시하고 있던 시민들과의 간극이 표출된 것이다. 그러면 그 정당성은 당연히 시민들에 있다. 군정부가 아닌 이상 승자는 시민일 수밖에 없다. 옳은 것도 시민이다. 이것은 좌파고 우파고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한 시민들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좌파건 우파건 간에 이런 기본적인 측면에서의 시민의 권리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였고, 어쩌면 이건 무의미한 것이지만, 아마도 한번은 일어나게 되었을 충돌이었다. 과연 거기서 체제 전복의 시도가 있었으면 그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들이 느낀 것은 애써 이룬 민주화에 대한 위기의식이었던 것이다.

그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젠 민주화를 분리해놓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의 이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골수 극좌파는 본 적이 없으므로 결국은 신자유주의냐 수정자본주의냐라는 것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과연 어느 것이 나와 국민에 대해 더 나은 선택이냐라는 것을 상상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이 행복인지가 그 둘을 나누는 핵심이라는 거다. 그곳에서부터 선택이 시작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다른 요인이 개입할 필요가 있는가?

난 내가 자손을 낳는다는 상상만 하면 끔찍하다. 그 경쟁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시키기 위해, 아직 한글도 완전히 구사할 수 없는 시절부터 각종 조기교육을 시키고, 중학생한테 밤 11시까지 공부를 시키고, 그리고는 대학에 와서도 취직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리고 남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만들 방도가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돈이라는 이 사회를 피하게 할 수가 없다. 당신은 그렇게 자식을 준비시킬 각오가 되어 있는가? 물론 당신이 현재 물려줘도 될 만큼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면, 그만큼이라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과연 이 무한경쟁체제를 끝까지 몰고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와 그 이상적이라는 유럽국가들과는 꽤나 큰 간극이 있고, 그 국가들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이 이야기해 주는 것은, 내가 보고 온 사람들의 모습은, 확실히 여유로운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 내게 그런 생활이 도래할 것이라곤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많은 구조적 병폐들이 있으며, 모두들 그런 생활에 적응되어 있고,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의 후손에게 내가 보고 온 삶을 기꺼이 내줄 수만 있다면, 100년이 넘어 걸린다고 해도 난 주저없이 진보/좌파진영을 선택하겠다.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다시 줄여서 말하겠다. 우리나라의 좌파는 결코 위험한 세력이 아니다. 혁명의 시대는 저물었고, 자본주의에 기반한 국가의 민주주의 체재는 정말이지 견고하며, 시민 의식 역시 그 방면에 있어선 자부심을 지니고 있고 그에 반하는 흐름에 대해서는 저항하는 동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에 대한 정책의 방향이지 국가 안보나 민주주의의 붕괴가 아니다. 아직도 정치적 공작이 절대 다수의 시민을 조종해서 그들의 뜻대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왜 모든 좌파를 극좌파, 그것도 정부 전복세력으로 매도하는가. 왜 독재시절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가.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으면 왜 다른 곳도 아닌 북한으로 꺼져야 하는가. 

Marooned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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